[황Q칼럼] ★ 주식과의 결혼 그리고 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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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연배가 있다면 이런 광고 문구가 귀에 많이 익숙할 듯 하다. '나는 소중하니까요~' 1980년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Thaler) 교수('넛지' 책의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혹은 부존효과, 소유효과)라고 명명했다. '객관적인 시장가치, 주관적인 보유가치'가 다름을 앞서의 탈러 교수는 머그컵을 놓고 실험한 결과로 발표했다. 학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주고 그들에게 얼마에 팔겠느냐고 물었다.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 머그컵을 사려면 얼마를 낼 생각이냐고 물었다. 결과는... 머그컵을 가진 학생들은 단지 몇 분간 머그컵을 만졌을 뿐인데도 약 1.7배에서 많게는 16.5배 정도 더 높게 가치를 책정했다. 보유한 컵(팔려고 할 경우)은 $7.12, 구매의사를 가지는 경우는 $2.87, 중립적 선택의 입장에서는 $3.12 였다. '내 것은 소중하니까요'가 된다.
내 손이 닿은 것에 대한 애착 또는 버리기도 남주기도 아까운 계륵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국가간 조약시 사용되는 만년필, 유명인이 입었던 옷과 운동화 등 거기에는 의미가 부여된다. 운동화는 같은 운동화이지만, 다른 운동화와는 다른 운동화가 된다. 인증서나 염색체 유전자 검사를 통한 확인서로 보증되면 손 때가 묻을 수록, 낡고 닳을 수록(?) 값이 나가는 중고물품에 열광하는 이들도 있다. 그 물건에 나의 역사까지 묻어 있다면 그 물건은 더 이상 객관화되지 않는다.어찌되었든 내가 산 주식,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를 너무 진지하게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회사가 상장을 통해 다수의 주주를 확보하려는 것도 일부 이런 요인이 작동한다.
보유 효과는 다니엘 카네만 교수가 얘기한 손실 회피 심리(loss aversion) 와도 관계가 깊다고 한다. 한번 손에 들어온 물건을 잃을 때는 가지게 될 때 느꼈던 만족감보다 손실감이 2배~2.5배 가량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다른 것보다 더 좋아 보인다. 그 주식의 특·장점만이 보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현상이 생겨서 결국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고, 실제 그것만 보게 된다. 기계적으로 나눈 피자 조각도 다른 사람이 드는 순간 내 것보다 더 커 보이게 됨을 의미한다. 불편한 진실과 편안한 거짓에 대한 선택은 후자가 된다.소유효과는 집안을 오만 잡동사니로 채우는 현상에서도 드러난다. 언젠가 쓸모가 있다는 뜻으로 보유하다 보니 결국 쓰레기로 산을 만들게 된다. 쓰레기는 쓰레기통 안에 있어야 하는데 결국 환경 전체를 쓰레기장화 시키는 것이다. 오죽하면 (연예인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어지럽혀진 집 안을 깔끔하고 '신박하게' 정리해 줌과 동시에 추억을 되새겨주는 예능 프로까지 등장했다. 휴대폰 속까지 정리해 주는 것은 좀 오버한 '엿보기' 심리 아닐까도 싶다.
생활방식에서 줄이고 버림으로써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미니멀리즘이 있듯이, 투자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잡다한 주식에 대한 노력과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면서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더 풍요로워지도록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장기간에 걸쳐 투자 활동을 한 투자가의 포트폴리오 목록이 A4 한 장을 넘어가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기억도 하지 못하면서 계좌에 보유하는 현상까지 생긴다. (그래서 잊고 있다가 대박을 맞았다는 전설도 가끔은 등장한다.) 금융과 관련된 (투자)상품은 시간과 신용이라는 두 변수에서 보유효과가 있는 일반 상품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특히 투자에서의 소유효과는 두 가지 장치가 큰 변수로 지속하여 작동한다. 하나는 장기투자의 효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손실회피 심리이다. 증시 격언에 '주식과 결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장단 맞추기 힘들게도 투자의 정석을 얘기하는 한편에서는 장기투자를 입에 올린다. 결혼하기 전에는 자신의 긴 미래를 걸고 요모조모 상대를 비교하고 맞춤을 살핀다. 결혼하여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가장(家長)'을 하게 되면 백년해로 약속의 부양 부담과 배우자 삶의 질적 보장을 염두에 두게 된다. 결혼 전과 후의 인생은 당연히 연속 선상에 있음에도 처지와 인식이 바뀌는 것이다.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좋은 주식은 배당도 주고, (무상)증자도 하고, 주가도 오르고, 주주로서의 자긍심도 갖게 한다. '주식과 결혼을 말리는 까닭은 자기가 가진 주식에 지나친 애정을 가지고 장기간 보유하면 매도할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것이고, 평가 손실 상태의 주식을 잡고 장기간 버티다가는 손실만 늘어날 뿐이라는 것이다.' 이 격언을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10년을 갖고 갈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한 워렌 버핏의 말로 대체할 수 있다. 꼼꼼하게 살핀 다음 '선택과 집중'을 하여 보유하는 주식이 잘 성장해서 노후의 나를 봉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요즘은 백년해로할 마음으로 '좋은 주식과 결혼하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배당도 주고 재산가치도 증식되는 '내 주식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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